제작: Apple TV
주연: Gary Oldman (Jackson Lamb 역), Jack Lowden (River Cartwright 역), Kristin Scott Thomas (Diana Taverner 역) 등
장르: 스파이, 스릴러
<Slow Horses>의 네 시즌을 모두 보았다. MI5요원들이 등장하는 첩보물로 각 시즌별, 하나의 큰 사건을 다루는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밤을 세워가며 binged-watching을 하지는 않아서 총 24개의 에피소드를 끝내는데 열흘 정도 걸린 것 같다. 2025년 시즌 5의 방영이 예정되어 있다니 기대된다.
첫 에피소드는 공항에서 진행되는 작전을 긴박하게 보여주며 시작하지만, 결국 작전은 실패하고 해당 요원(리버 캇롸이트)은 본부에서 쫓겨나 폐물 처리장인 "Slough House"로 보내진다. 리버처럼 한직으로 좌천된 요원들 "Slow Horses"가 있는 이곳의 수장이 잭슨 램(개리 올드만)이다. 드라마에서 갈등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은 Slough House의 잭슨과 "Park"로 지칭되는 본부의 다이아나이다. 둘은 늘 리전트파크 한 귀퉁이에서 접선하는데 서로를 혐오하는듯 견제하면서도 기저에 깔린 동료애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관계이다. 마찬가지로 "슬러호우스"들도 본부의 멸시를 받으며 관료적 감옥과 같은 "슬러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지만, 각자의 목적에 따라 본부 복귀를 꿈꾸던 혹은 그저 버티던, 그들만의 방법으로 함께 맡겨진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개리 올드만이 연기하는 잭슨 램은 폐물처리장의 수장답게 폐물중의 폐물이랄까? 흔히 기대하는 요원의 느낌은 그에게서 찾을 수가 없다. 첫 에피소드에서 묘사되는 바와 같이 비 내리는 런던의 한 사무실, 사용한 휴지와 재털이, 찻잔 자국이 남은 기밀문서, 구겨진 종이들로 어지러운 책상 너머로 소파에 드러누워 코를 골아대며 잠을 자다 본인 방귀소리에 놀라 벌떡 깨어나는 늙은 남자로 등장한다. 구멍이 여럿 뚫린 양말을 신고, 샤워를 하지 않아 기름떡이 진 모습으로 온갖 악체취를 달고 다니며, 절대 세탁했을리 없을 단벌 착의 잭슨 램. 이렇게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 에피소드마다 그의 지저분함과 주변인들이 그에 대해 느끼는 역겨움을 시청자에게 주지시키는데, 나중에는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설마 다음 시즌에서 그가 특별히 안씻게 된, 개인 위생 관리를 완전히 놓아버린 이유를 설명할 만한 과거의 어떤 사건을 다루려고 까는 밑밥인가? 아무튼, 비호감 덩어리인 외견에 대비해 그의 실력은 결코 "느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한 적이 없다 할 정도로 비상시의 판단력만큼은 누구보다 정확하다. 또 부하 요원들을 늘 멍청하다고 비난하지만 누구보다 그들의 안전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다.
한편, 잭 로든이 연기하는 '리버 캇롸이트'도 꽤 흥미로운 캐릭터인데, 잭슨 램과 대비되어 "Novato(Rookie)" 같은 이미지가 강조된다. 열정적이고 실행을 우선하지만 정력만으로 경륜을 따라잡을 수 없는 하수 느낌. 시작부터 상극인 그들이 점차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서사는 뻔하지만 필수불가결이기도 하다.
영국 드라마 특유의 흐리고 습함과 영국식 유머, 더군다나 첩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한 드라마이다. 개리 올드만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시니컬함과 스파이물의 긴장감이 묘하게 어울린다. 이전 그가 주연한 첩보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 때와 비슷한 느낌도 있다. 그때와 같이, 위스키, 담배와 함께 자아낸 고독과 씁쓸함은 개리 올드만 그 자체 같았다. 이번엔 극중 단골 중식당의 Chinese noodle을 더한...
방영 예정인 시즌 5 이후, 시즌 6의 제작도 예정되어 있다하니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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